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돈을 벌 수는 없을까?
처음 에어비앤비를 고려하게 된 건 이 생각부터였던 것 같다.
일본에서 5년동안 호텔리어로서 일을 하다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때쯤이었다.
일본에서 살면서 여행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사귀고 일본어도 많이 늘었다. 돈도 퇴직금과 국민연금환급금을 포함해 450만엔정도(약 4,500만원) 있었다.한국에서도 호텔리어로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손님들을 응대하는 직업은 사람을 좋아하고 붙임성 있고 다정한 내 성격에는 잘 맞았지만야근업무를 시작하고부터는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호텔이라는, 특히 일본의 호텔이라는 직장은 매우 엄격한 부분이 있어서ENFP인 나에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항상 있었다.그럼 한국에 돌아가서는 내가 긴 경력이 있는 호텔리어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착잡했다. 이미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많은 친구들에 비해 난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그렇다면 모은 돈으로 혼자 해볼 수 있는 사업은 없을까?
호텔리어 일의 연장선
내가 호텔을 그만두려고 했던 시기는 코로나 때문에 호텔이 휴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매출이 떨어지니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오던 짭짤한 보너스도 더이상 나오지 않았고,
구조조정과 예약률 저조로 야간근무조로 편성되어 손님들 얼굴은 거의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손님응대를 좋아하던 나에게 일의 보람과 재미마저 뺏어갔다.
휴업하는 동안 줄넘기와 홈트를 하면서 야간근무로 피폐해진 내 체력을 살리고,
일하느라 못해봤던 로망(빔프로젝터)도 질러보고 했지만 그것도 잠시, 불안감과 초조함이 밀려왔다.
나는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구나.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보게 된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 앰버서더인 제제미미님이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소개하는데,
딱 나에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lass101에서 에어비앤비 창업 관련해서 강의를 듣고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갔고,
손님을 받기 위한 인테리어부터, 여러 매뉴얼을 만들고 청소관리를 하고 응대하는 과정들이
정말 재밌어 보였고, 내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투자금에도 적합했다.
무엇보다 호텔리어로서 내가 좋아하던 부분의 연장이었고, 내 역할의 확장이었다.
내가 주로 하던 일은 손님의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돕고, 방에 대해 설명하고
방을 준비하거나 청소된 방을 다시 한 번 체크하고, 손님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빌려주거나 짐을 맡아주는 등등
항상 내가 하던 일들이지만 원래는 많은 방에 필요한 일들을 분담하는 작은 역할이었다면
에어비앤비는 하나의 숙소를 빌려주는 데에 필요한 모든 일을 내가 하는 것이었다.
호텔은 모든 방이 똑같은 인테리어에 크기만 다르고 내 취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지만에어비앤비는 내가 직접 발로 뛰어 매물을 구하고, 내가 원하는 컨셉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손님들에게 필요한 물품들도 내가 생각해서 준비했고, 숙소에 대해 더욱 자세히 파악해서 어떤 문의에도 잘 답변해주어야 한다.호텔이 아니라 일반 주택이기 때문에 보일러, 에어컨, TV, wifi, 부엌, 조명 등등 매뉴얼을 직접 준비해야 한다.체크인도 체크아웃도 비대면이지만 자동메시지를 만들어두고 안내하고 체크아웃 후에는 내가 만족할만큼 깨끗이 청소한다.
모두 내 역할이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받든 내 숙소에 대한 피드백은 나에 대한 피드백이다.호텔에서 일할 때도 여러 숙소예약 사이트에 올라오는 나에 대한 칭찬글들이 큰 기쁨과 보람이었는데,내가 정성을 들여 청소를 하고, 숙소물품들과 매뉴얼을 세심하게 준비한 것이 바로 메시지나 후기로 피드백이 온다.
내가 주로 해온 일이 컨시어지였던만큼, 주변 맛집과 가볼만한 곳들을 추천해주고타지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에 내가 적극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었을 때는한국의 호스트로서 국민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느낀다.
그리고 호텔리어로 일하면서도 가끔 손님들과 친구가 되는 일이 있었는데,호텔의 직원이다보니 조심해야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외국인손님들과 얘기하고서로 마음이 맞으면 친구가 될 수 있다.
물론 재밌고 행복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다.집을 관리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문제에 부딪친다.곰팡이, 누수, 고장, 층간소음, 하수구냄새, 벌레 등등 심심치 않게 일이 터지기 때문에그걸 해결하는 것 또한 나의 역할이다.진상손님의 비율은 크지 않지만 한 번씩 인류애를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봉착하곤 한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비앤비가 매력적인 이유는 들이는 시간대비 수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들이는 시간대비 많은 돈을 벌 수는 없을까?
나는 현재 남자친구와 숙소 3개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둘다 직장을 다니고 있다.
남자친구는 주 5일 빡센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주말만 도와주고 있고,
나는 출장일정을 제외하고는 주3일 널널한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에어비앤비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한다.
처음엔 나도 직장을 그만두고 에어비앤비 매물을 찾으러 다녔고 꽤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세팅이 반이다.
매물을 구하고 세팅을 하는 일까지가 에어비앤비에 들이는 노력과 노동 중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벽을 넘고 나면 관리는 비교적 쉽다.
처음에 1개 숙소를 운영할 때는 이것만 운영하는 걸로는 월급만큼의 수익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청소와 관리가 안정기를 들어서고나서는 직장을 구했다.
대신 직장이 부업이라 생각하고 주3일 출근하는 곳으로 취업했다.
주3일 일하기 때문에 월급이 많진 않지만, 에어비앤비 수익과 합치면 괜찮은 수입이다.
메인잡을 두고 직장을 다니는 건 압박감도 덜하다. 언제 그만둬도 생활비 정도는 나오기 때문이다.
숙소를 2개 운영하면 꽤 바빠진다. 쉬는 날이 없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ㅋㅋ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서
역시 경제적 자유, 알아서 돌아가는 파이프라인은 헛소리인가 싶을 즈음에 청소알바를 구했다.
알바를 구하고나니 그럭저럭 굴러가고 내 여유시간도 생긴다.
그리고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싶은 여자로서 임신을 해도 육아를 해도 병행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에어비앤비는 경력단절의 위험이 없고, 어떤 일과도 병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지만 돈이 되지 않는 일이 있다면, 에어비앤비를 병행하면서 해나갈 수 있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 지인 등 믿을 수 있는 관계에서 명의를 빌려 숙소를 늘려 간다면
그들에게 일정한 부수입을 제공해주면서 나도 매출을 늘려갈 수 있다.
물론 이 일에는 많은 공부와 신뢰가 필요하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4~5층 정도의 통건물을 빌리거나 매매해서 호스텔로 운영하고 싶다는 작은 꿈이 생겼다.
1층은 작은 식당으로 만들어 조식도 제공하고, 손님들끼리도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가장 위층에는 내가 사는 집 겸 테라스도 만들고 싶다.
작은 꿈이 아니려나 ㅎㅎ
사업의 확장
꼭 에어비앤비가 숙소운영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파티룸이나 스터디룸 등의 공간대여업이나 단기임대업 또는 부동산경매투자로 이어지기도 하고,
서비스의 확장으로 관광업, 숙소관리의 확장으로 청소업, 세탁업 등으로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에
그중에 내가 더 잘 맞고 잘 할 수 있는 쪽으로 전환이나 겸업이 가능하다.
나 또한 관광업 쪽으로도 관심이 많다.
내 숙소들이 있는 지역의 관광컨텐츠나 도움자료를 만들거나직접 투어를 진행해보는 일도 해보고 싶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면서 작은 투자금으로도 시작해볼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면 오히려 도전하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을 세계이다.누군가에겐 숨통이 좀 트이는 부업이 될 것이고,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사업으로의 지름길이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내가 이걸 시작한다고 했을 때 코로나시기였기 때문에 다들 말렸고, 그 때 숙소를 양도하고 접은 사람들도 많았다.하지만 그 때가 오히려 숙소가 적어지고 자가격리와 식당이나 술집의 영업시간 제한 등프라이빗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났던 시기였고 코로나가 끝나던 딱 그 해까지가 오히려 가장 매출이 좋았다.그 다음해부터는 숙소들이 엄청나게 유입되면서 평균 숙박비가 내려가고 예약률도 휘청했다.
앞으로도 에어비앤비나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등에 불어올 새로운 변수들이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걱정반 기대반이지만,남자친구와 최소 숙소3개는 유지해가면서 다른 사업들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2025년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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