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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세계를 누비자

[라마단 체험기 11, 12일차] 기독교엔 십일조, 이슬람엔 자카트?

by 캘리아 2022.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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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이 익숙해지는 게 아니구나 

 처음엔 만만하게 봤던 금식!  하루종일 단식하는 것도 아니고 저녁은 먹을 수 있는데 그쯤이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첫 일주일 정도는 배고픔을 느끼는 것도, 매일 입에 음식을 달고 살다가 참아야 되는 시간이 있는 것도 새롭게 느껴졌고, 내 건강과 좋은 생활습관, 다이어트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견딜만했던 것이죠. 매일매일 라마단에 대해서 조금씩 배우고, 무슬림인 남자친구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재밌었구요. 그런데 어제와 오늘은 위기였던 것 같아요. 새벽 4시쯤 밥을 먹고 12시쯤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후 밥을 먹을 수 있는 7시까지 기다리는데 힘이 쭉쭉 빠지는 게 무언가를 할 의욕이 확 떨어지더라구요. 에어비앤비 체크아웃날이어서 청소만 하러 갔다와서는 밥먹는 시간까지 하루종일 누워서 보냈네요. 하루가 너무 허무하게 간 것 같아요. 제 남자친구는 하루에 5번 기도하고, 금식하고 이걸 출근 8시 퇴근 8시로 야근하면서까지 하는데,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간헐적단식도 활동하는 시간에 맞춰서 금식시간대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저도 낮시간대에 밥을 먹고 저녁에 금식하는 것이 제 활동에는 좋겠지만 이왕 라마단에 도전한 거 이대로 포기하거나 갑자기 단식 시간을 변경할 순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밥을 먹은 후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2~3시간쯤 뒤에 소화가 되면 다시 자곤 했는데, 오히려 배가 안 고플 때 자지 않고 다른 일을 더 하고, 배고플 시간쯤에 오후 3시쯤부터 6시반까지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밤에도 좀 일찍 자구요!

 라마단 중 임산부나 해산모, 생리중인 여자, 어린이, 노인, 환자, 정신이상자는 금식에서 제외된다고 하는데, 저도 곧 생리를 시작하면 잠깐 브레이크타임을 가질 수 있겠네요. 그 때까지만 좀 더 버텨보는 걸로!!😉

 

 

 

기독교에 십일조가 있다면 이슬람엔 Zakat(자카트)가 있다?

 기독교엔 십일조라는 것이 있죠. 신실한 사람들은 교회 다니면서 자신이 버는 돈의 10%씩 꼭 헌금하잖아요. 저도 잠깐 교회에 다녀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도 강요하진 않지만 헌금을 걷을 때 주머니에 있는 몇 천원, 만 원 내는 것도 저는 왜 이렇게 아깝던지.. 아마도 제가 신앙 때문이 아니라 지인의 권유로 성경도 배우고 알아보다가 사람들과 친해져서 좀 더 다녔던 것이었다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교회에서 목사들이 헌금을 횡령하고, 목사자리를 세습하는 등의 이슈가 많았던 때이기도 했구요. 대체 그 돈은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투명하게 알 수 없잖아요. 물론 종교 자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헌금이 필요하겠지만, 좋은 마음으로 낸 헌금이 위선자들의 배를 불려주는 데에 쓰인다면 얼마나 허무할까요. 차라리 그 돈을 헌금으로 내지 않고 스스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에 쓰라고 했으면 한 달에 몇만 원 정도는 기쁜 마음으로 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월급의 10%는 너무 많은 것 같지만요. 

 

 그런데 이슬람에서도 Zakat라는 비슷한 개념이 있대요. 자카트란 이슬람법에서의 종교세, 구빈세(가난한 사람을 구하는 세금)를 의미하며, 하루 5번의 기도와 같이 무슬림 5대 의무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무슬림이 자카트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87.47g 금 혹은 그에 준하는 가치의 자산 이상을 1년 이상 가지고 있다면 그 중 1/40, 즉 2.5%만 1년에 한 번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면 됩니다. 요즘 금이 정말 많이 비싸졌죠? 87.47g의 금이면 현재 시세로 676만 4346원 정도더라구요. 그보다 적은 자산을 가진 사람은 자카트의 의무가 없습니다. 1년에 한 번, 그리고 4000만원 가진 사람은 100만원, 4억을 가진 사람은 1000만원 정도를 기부하면 되니 큰 부담이 되는 돈은 아닙니다. 이슬람은 원칙적으로 사유재산과 빈부격차 등을 인정하지만, 지나친 재물축적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며, 모든 재화는 개인이 영원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므로 서로 나누고 돕도록 가르칩니다. 따라서 모든 성인 무슬림이 자카트의 의무를 지니되, 비무슬림, 노예, 미성년자, 가난한 자는 자카트의 의무가 없다고 하네요. 

 

 제가 생각했을 때, 기독교의 십일조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납득가능한 제도인 것 같아요. 몇몇 이슬람국가에서 세금처럼 거둬들이는 것 말고는 보통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교회에 헌금하듯이 종교단체에 납부하지 않고 직접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면 되니까 말이죠.  일부 극단적인 이슬람세력이나 테러 집단 때문에 종교 자체의 이미지가 매우 안 좋아져 있지만 이번 라마단에 대해 알아보면서 이슬람교 자체는 좋은 종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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