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일주일차 변화
일주일간 나름대로 일출에서 일몰까지 꽤나 긴 시간을 단식을 해왔기 때문에 체중의 변화도 조금은 기대를 했었는데요. 몸무게를 잰 타이밍은 7일차 4시반까지 밥을 먹고, 6시부터 다시 잔 후 12시쯤이었습니다. 과연...???!!!
네.. 체중변화는 없었습니다. 허허. 라마단이 다이어트 목적의 금식은 아니지만 조금 기대를 했었는데, 해 떠있는 동안 배고파도 참았던 거에 비하면 좀 실망스럽네요. 하루종일 단식하는 것보다는 저녁시간엔 먹을 수 있다는 보상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덜 힘들었지만요. 그래도 바지를 입었을 때, 배 부분이 원래는 타이트하게 맞았는데 약간 여유가 생긴 걸 보니 허리는 좀 빠졌나봅니다.
그리고 단식을 하는 것이 이제는 힘들지 않습니다. 원래는 먹는 것에 좀 집착하는 편이어서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배고프지 않아도 끼니 때가 되면 뭐라도 꼭 먹고, 밥먹은 후에도 입이 심심해서, 뭐가 땡겨서 등등의 이유로 이것저것 주워먹었었는데 단식이라는 이름으로 자제가 되고 있구요. 이제 꼬르륵 소리가 나도 불안하지 않고 천천히 때를 기다리게 됩니다. 매일 시간대가 다르긴 하지만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보통 7시쯤부터인데, 예전엔 배고프니까 이 시간에 꼭 먹으려고 노력했다면(무슬림의 경우, 먹고나서 씻고 기도하기 때문에 시간을 꼭 지켜야함) 지금은 그 시간이 지나도 빨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오전4시와 오후7시경에 먹던 식사량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이거 먹고나면 몇 시간동안 또 굶어야되니까 생각하며 평소 먹던 양보다 더 배부르고 많이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히려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경험을 하다보니 욕심을 점점 버리게 됩니다. 건강에도 그렇게 하는 게 훨씬 좋다는 걸 라마단을 체험하면서 글을 쓰기 위해 조사하다보니 알게 된 이유도 있겠죠.
이태원에서의 라마단
라마단을 시작하고 어제 처음으로 이태원에 가게 되었는데요. 무슬림인 남자친구는 아무래도 서울에는 이태원에 유일하게 이슬람사원이 있다보니 여기서 데이트하고 싶어하더라구요. 어디서나 깨끗하고 정숙한 장소에서는 기도를 할 수 있긴 하지만 혼자 기도하는 것보다 함께 기도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무슬림 국가들은 모두 큰 모스크를 가지고 있잖아요.
이태원의 이슬람사원 이외에 기도를 할 수 있게 마련된 장소로, 서울에는 잠실롯데타워의 이슬람 기도실이 유일한 거 알고 계셨나요? 한 때 무슬림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 곳곳의 롯데백화점에 이슬람 기도실이 마련되었다고 하는데, 홍보가 덜 되었던건지 기도를 하기 위해 롯데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별로 없었던건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잠실롯데타워가 유일합니다. 다만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기도실 운영이 중지되서 아직은 이용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라마단 기간만큼은 남자친구가 하루 5번의 기도를 가능한한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지라 저희가 주로 데이트를 하고 잇는 잠실에 이 기도실이 운영되고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는 남자친구가 저녁기도를 하고 오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면서 자기암시녹음파일을 듣고 있었는데요. 왜 기도를 깨끗하고 정숙한 공간에서 해야되는지 알겠어요. 이태원이라는 지역이 구조가 오르막 내리막이 많고 길이 막 나있어서 좀 어지럽잖아요. 번화가라서 차도 많고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그래서 그런지 저도 자기암시에 집중이 잘 안되었어요.
그리고 코로나 전에는 라마단 기간마다 이태원의 이슬람사원에서 라마단 때 먹는 음식을 이슬람 사도들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그 주변 인도, 파키스탄 등의 이슬람 문화권 음식점들에서도 기도 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준비해놓았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작년까지는 여러 종교 건물들에서 집단 코로나 감염 문제가 터지면서 이태원의 이슬람사원도 출입이 금지되었었는데요. 올해는 다시 개방되었습니다. 일반인도 복장만 갖춘다면(노출X 히잡필수) 안으로 들어가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남자와 여자의 기도실이 따로 되어 있어 남자친구와 같이 들어가진 못하겠지만요.
이태원에는 터키 케밥 전문점과 인도요리 전문점이 정말 많이 있죠. 제 남자친구는 방글라데시 사람인데 요리를 잘 하는 편이기도 해서 그런 음식점들에 갈때마다 자기가 만든 게 더 맛있고, 현지에서 먹는 것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서 다시는 안 오겠다고 합니다. 하하. 사실 저도 중동요리들이 제 입맛에 잘 맞진 않아요. 차려지는 음식의 맛과 양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도 맞는 말이구요. 제가 일본 살 때, 일본의 한식당에 갔더니 김밥이 만원인걸 보고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거랑 비슷한 걸까요. 밥만 잔뜩이고 속재료도 부실해서 받아봤을 때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도 제가 만든 게 훨씬 맛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뭔가 공감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남자친구는 항상 방글라데시 음식이 훨씬 맛있다고 주장해요. 이태원에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운영하는 인도음식점들도 있는데, 한국사람들에게 인도음식은 잘 알려져 있지만 방글라데시 음식은 그렇지 않은지라 메인으로는 인도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방글라데시사람들이 가서 메뉴에 없는 방글라데시음식을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 한 번 가보기로 했는데, 방글라데시음식에 대해서도 자세히 리뷰를 쓸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오늘은 저녁에 남자친구가 직접 라마단 때 먹는 요리를 만들어주기로 한 날입니다. 남자친구가 기도하는 모습도 처음으로 볼 수 있겠네요. 다음 편에서는 그 리뷰를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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