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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체험기 23, 24, 25일차] 국제커플에게 라마단이란

by 캘리아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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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도 없고 무교비율이 높은 한국

 전세계 4명 중 1명이 무슬림이라고 할 정도로 단일 종교 가운데 세계에서 신자가 가장 많은 것이 이슬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기준 전체 인구의 0.2%, 10만 명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인데요. 인구의 반이 무교이고, 종교를 가지고 있더라도 종교에 대한 지식 없이 모태신앙이라서 따를 뿐인 사람들과 자신의 비지니스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소원이 있을 때만 종교를 찾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면 우리나라에선 무교인 사람이 훨씬 많다고 볼 수 있겠네요.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종교가 없거나 종교가 있더라도 인생에서 종교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미혼인 사람들 중에서 종교가 없는 사람이 월등히 많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소개팅을 주선할 때는 종교도 중요한 부분의 하나인데요. 보통 개신교인 사람들은 개신교인 상대를 만나고 싶어하고, 무교인 사람들은 종교적 구속이 적은 천주교나 불교는 괜찮지만 개신교인 사람들은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잠깐 교회를 다녀봤던 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무교를 선택했습니다. 신에게 기도를 하거나 내게 주어진 시련이 신이 나에게 보내는 어떤 신호라고 생각하는 등 제 삶에는 신이 있지만, 사람이 만들고 수없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부패해온 종교를 믿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죠. 종교를 믿는 건 사람을 믿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저는 어떤 한 종교를 믿기 보다는 모두 하나의 학문으로 받아들이고 그 중 제가 맞다고 생각하고 제 삶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하는 부분만을 수용하는 편입니다. 저의 이러한 신념은 종교가 있는 모든 친구들을 존중하지만 제 연인으로서는 불편하게 느껴지게 했습니다. 그래서 개신교인 남자를 만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었고, 무교인 남자들만 만나왔었습니다.

 

 

무슬림인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것

 

 그런데 그랬던 제가 처음으로 사귄 외국인이자 종교인인 남자친구가 무슬림입니다. 저는 사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슬람국가 남자들과, 여행과 외국생활에서 만난 이슬람국가 남자들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편견이 매우 강했습니다. 나라 이름을 밝히자면 인도, 파키스탄, 몰디브였는데, 비이슬람국가의 여성들이 개방적이라는 이상한 편견을 갖고 성희롱을 일삼고 매우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그리고 무슬림이 매우 희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이슬람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건 이슬람국가에서의 여성폭력과 테러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죠. 하지만 언어교환어플을 통해 친구가 된 제 남자친구는 그때까지의 제 편견과는 다르게 매우 순수하고 예의바르고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종교인 이슬람에 대해서도 어릴 때부터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 검증절차를 거치고 자기종교의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인 동시에 코란에서는 종교를 강요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종교인으로서 존중할 수 있었죠. 

 하지만 무슬림인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일단 함께 식사를 하면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먹을 수 없었고 어떤 음식을 사기 전에 돼지고기가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죠.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가 함유되어 있지 않은 가공식품을 찾는 게 그렇게 어려운 줄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 맛있는 돼지고기 음식이 너무나 많은데 그걸 함께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쉽습니다.

 그리고 노출에 대해서 갈등도 있었죠. 히잡을 쓰라고 강요하거나 살을 모두 가리라고 요구하진 않지만, 가슴골이 보이는 옷이나 미니스커트, 라인이 완전히 드러나는 레깅스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했죠. 원래 노출있는 옷을 선호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유교걸에 가까움) 노출을 좀 더 신경써서 삼가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그의 의견이 남성의 소유욕과 종교적 신념의 강요를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으로서 더 크게 저항하게 되었죠. 많은 갈등과 대화 끝에 그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연인 사이에 어느 정도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주고 맞춰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노출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라마단, 갈등과 이해

 

 그리고 라마단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이번 라마단은 저희가 서로를 알게 되고 세 번째 맞는 라마단입니다. 첫 라마단은 우리가 언어교환친구로서 서로 다른 나라에 있으면서 채팅이나 전화로 대화만 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저는 라마단인지도 모르고 지나갔구요. 두 번째 라마단은 저희가 사귀게 되고 나서 겪는 첫 라마단이었는데, 저는 라마단이 뭔지 잘 몰랐고 남자친구는 라마단기간동안 금식과 기도를 지키고 싶어했고 그게 저희의 데이트 날에도 적용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습니다. 만나도 저녁밖에 먹을 수 없었고, 스킨십도 제한되었고, 그의 기도시간도 배려해줘야 했죠. 비종교인인 저에게는 그 모든 게 스트레스였고, 결국 남자친구에게 모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나는 무슬림도 아니고 라마단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맞춰달라고 하는 건 이기적이다. 데이트 중에 기도시간을 몇 번이나 갖는 것도 이기적이고, 기도시간이 몇시인지 나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고 갑자기 기도하러 가야한다며 나를 재촉하는 것과 어떤 곳이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인지 설명하지 않은 점도 이기적이다. 그리고 내가 너한테 맞춰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고 부탁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맞고, 고마워해야하는거다." 다행히 그는 제 불만에 대해 이해하고 저에게 사과하였고 우리는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데이트날에는 귀가 후에 기도를 몰아서 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기도시간에 대해서도 저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이슬람기도실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았고(서울에선 잠실롯데타워에 유일하게 있지만 코로나라서 임시 휴업중), 가끔은 그가 기도를 할 수 있도록 이슬람사원이 있는 이태원에서 데이트를 했습니다. 이 때 정말 크게 느꼈죠. 다른 나라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을 사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그리고 이번 라마단이 저희 커플에겐 세 번째 라마단입니다. 저는 간헐적단식과 생활습관개선의 목표와 함께 남자친구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라마단을 함께 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무슬림은 아니기 때문에 그들처럼 기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암시"의 방법으로 동참했고, 라마단 체험기를 쓰면서 라마단, 더 나아가 이슬람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간에 함께 굶고 함께 먹기 때문에 유대감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대해 남자친구도 고마워하는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는 한국에서 일한지가 이미 8년차이고 한국어도 매우 잘하는 편에다가 한국노래를 매우 좋아해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지만 저는 남자친구의 고국인 방글라데시와 이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배워가면서 더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처음엔 그냥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커플이라는 관계에 뛰어들었지만, 함께할 미래를 생각하는 지금은 제가 알고 고려해야될 부분도 있기 때문에 방글라데시어와 더불어 함께 더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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