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양식 돈까스의 매력
여러분은 어떤 돈까스를 좋아하시나요?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튀김가루 가득 육즙 가득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기름진 고급스러운 일본식 돈카츠, 그리고 어렸을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얇고 크게 방망이질한 경양식 돈까스! 저는 전자도 매우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끔씩 생각나고 땡기는 건 경양식 돈까스더라구요. 경양식 돈까스의 매력을 말하자면, 고기가 두툼하고 육즙이 가득하진 않을 지언정 얇게 방망이질한 탓에 끝까지 바삭바삭하게 즐길 수 있고, 과일이 들어가서 달달하고 새콤한 우스타소스와의 조화가 만족스럽달까. 게다가 경양식 돈까스에는 식전에 주는 후추를 뿌린 부드러운 크림스프와 돈까스와 함께 나오는 마카로니 샐러드..! 어찌 보면 이 사이드 메뉴 때문에 경양식 돈까스를 먹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가격 면에서도 일식 돈카츠보다는 저렴한 편이고, 김밥천국 등의 분식집에서도 왕돈까스라는 이름으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도 있네요.
경양식 돈까스 맛집 [오박사네 돈까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본격적으로 맛있는 경양식 돈까스집을 찾아보려고 하면 생각보다 잘 없는데요. 돈까스로 검색만 해봐도 아시겠지만 80~90%는 일본식 돈카츠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연히도 경양식 돈까스가 땡기던 어느날, 제가 있던 곳 주변을 검색해보니 오래된 돈까스 전문점이 있었습니다. 후기도 좋고, 한 자리에서 오래 운영해온 돈까스집이라면 맛은 보장되겠다는 생각에 한 번 가보았습니다. 위치는 둔촌동역 근처였는데, 대로변에 나와 있지 않고, 골목으로 들어가야 있는 곳이라서 지나가다가 발견하긴 어려울 것 같은 숨겨진 맛집이었습니다. 일본어로도 써있던 흔적이 있는 걸 보면 코로나 전에는 일본인 손님들도 꽤 있었나봅니다.
안에 들어가보니 공간이 꽤 넓었습니다. 벽에 걸려 있는 메뉴판부터 테이블과 의자 등등 모든 것이 제가 초등학교 때 보던 풍경과 비슷해서 향수도 불러일으키고, 짬밥이 오래된 것 같은 포스가 있는 집이었어요. 요즘 체인점들 가면 신축인테리어가 깨끗하고 트렌디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그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면, 이 집의 분위기는 아무나 흉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후기를 검색하고 나서 이미 먹을 메뉴를 오박사정식으로 정했습니다.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 다 나오는데 9000원이라니 매우 착하죠? 각 테이블마다 사진과 함께 있는 메뉴판도 친절하게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새우튀김, 우동, 카레 등의 메뉴를 보면 일본의 느낌이 약간 나긴 하네요. 그리고 메뉴들을 봐도 그렇고, 후기를 봐도 그렇고, 아기들을 데리고 오는 엄마손님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4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에 가서 그런지 손님이 저밖에 없었습니다.
오박사 정식 후기
오박사 정식을 주문하고 얼마 안 되어 제가 정말 좋아하는 크림스프가 나왔습니다. 접시가 매우 컸어요. 스프는 제가 경양식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답니다. 가끔은 추가해서 더 먹을 때도 있어요.
크림스프는 제가 기존에 다른 식당들에서 먹던 크림스프보다는 묽은 편이었어요. 오뚜기크림스프보다 연한 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제 생각엔 기성제품이 아니고 직접 만드시는 거 같았고, 옥수수맛이 살짝 났어요.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정식!! 깍두기랑 국물은 차치하고, 크기부터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제 손이 왠만한 남자손만한데, 사이즈가 커서 일단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9,000원에 이 정도 가성비 굉장하네요. 그리고 돈까스와 생선까스 둘 다 너무너무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져 있었어요. 그리고 특히 함박스테이크가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강동구 살 때, 어릴 때부터 자주 시켜먹던 경양식돈까스집(배달전문)이 있었는데, 거기는 가격이 저렴하긴 하지만, 돈까스도 금방 눅눅해지고, 함박이 진짜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나중엔 생선까스만 시켜먹게 되었었는데, 여기는 함박스테이크가 정말 맛있고, 돈까스도 끝까지 바삭바삭하고 힘을 잃지 않더라구요.
진짜 돈까스 한 입 먹고 내가 찾던 곳이다 생각했어요. 아까 언급한 경양식돈까스의 매력 아시죠? 아주 얇게 두드려 펴서 먹을 때마다 바삭바삭한, 제가 기대하던 식감이었어요. 소스도 상큼해서 질리지가 않더라구요. 다만 나중에 거의 다 먹을 때쯤 배가 불러오니까 약간 돼지고기냄새가 느껴졌어서 그게 좀 아쉬웠어요. 그리고 함박스테이크는 함박스테이크만 따로 사서 먹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었어요. 식감도 고기의 결을 살리면서도 부드럽고, 맛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돈까스전문점에서 함박스테이크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건가요? 앞으로 경양식 땡기면 여기로만 올 거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선까스인데요. 빵가루를 아낌없이 쓰신 건지 정말 바삭바삭했어요!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선까스 자체는 아주 좋은데, 그 느끼함을 줄여주면서 맛을 한층 살려줘야하는 소스가 좀 밋밋했어요. 피클이나 사과에서 나는 톡쏘는 상큼함이 좀 더 가미되었다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먹고 싶었던 경양식돈까스를 먹은 걸로도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그 기대를 충족시켜준 오박사돈까스 정말 추천드려요!!
그럼 맛점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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